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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번방 추적기②] “신검 받는 중ㅋ” 자기 덫에 걸린 놈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0-03-10 10:38
조회
815

[n번방 추적기②] “신검 받는 중ㅋ” 자기 덫에 걸린 놈



“OOO 선생님 되시나요? 놀라지 말고 들어주세요”
성 착취 피해 사실을 알리는 것은 늘 고통스러웠다. 당신의 사진이 불법유포됐고, 남성 수천명이 그걸 보며 히죽거리고 있다는 말은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그래도 알려야 했다. 텔레그램 채팅방에 당신의 신상정보가 공개됐고, 범인은 당신의 지인일 거라고. 최대한 담담하게 이 말을 전하려고 애썼다지난해 10월은 ‘여교사방’이 활발하던 시기였다. 누군가 지인의 사진을 올리면 방장이 나체사진과 합성해 뿌렸고 이를 보고 너도 나도 희롱했다. 피해자를 주인공으로 모욕적인 소설을 쓰며 신나게 떠들어댔다. 신상공개는 당연했다. 일명 ‘지인능욕방’이다.

처음에는 단순 합성사진이니 충격이 덜할 거라고 생각했다. 다른 방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위가 낮을 거라는 기대(?)도 있었다. 방에 들어간 지 몇 분 만에 구역질이 났다. 불법촬영도 아니고 협박도 없었지만 유독 살 떨렸다. 희롱 대상이 생면부지 여성이 아닌 지인이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친구를, 동생을, 아내를 모욕하며 유독 더 흥분했다. 이 사람들이 정말 평범한 남편이고 아버지이고 아들인걸까. 웃고 먹고 살아가는 우리 이웃일까. 내가 알던 세상이 무너져내리는 기분이었다.

이 무렵 유독 심한 피해를 입은 현직 교사 A씨의 연락처를 확보했다. 방장이 직접 A씨의 사진을 대량으로 뿌리고 있었다. 여러 경로로 접촉을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남은 정보는 학교뿐. 학교에 전화를 걸어도 될까? 소문이 나진 않을까? 동료 선생님이 범인이면 어쩌지? 범인이 전화를 받으면? 한참을 고민하다 번호를 눌렀다. 다행히 A씨와 통화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