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뉴스
HOME > 알림마당 > 인권뉴스
중국서 '미투'가 '쌀토끼' 된 이유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8-11-27 09:45
조회
1118
중국 SNS에 올 들어 '쌀토끼'라는 단어가 등장했습니다. 쌀과 토끼의 합성어인데, 쌀 미(米)에 토끼 토(兎)를 붙였습니다. 미(米)의 중국어 발음은 mi, 토(兎)의 중국어 발음은 tu입니다. 두 발음을 붙이면 'mitu', 성폭력 고발 운동 '미투(metoo)'와 같은 발음이 됩니다.

(사진=CNN)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미투가 인터넷상에서 금지어로 지정되자, 중국 누리꾼들은 미투 대신 이 '쌀토끼' 해시태그를 달아 조심스럽게 미투 운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 새해 첫날 시작된 미투
중국 미투 운동의 시작은 새해 첫날 중국 SNS인 웨이보에 올라온 한 여성의 폭로였습니다. 현재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일하고 있는 뤄첸첸이라는 이름의 중국인 여성은 12년 전 베이징 베이항대학에서 박사과정을 공부할 당시 지도교수로부터 성폭행을 당할 뻔했다고 폭로했습니다. 그녀의 용기 있는 고백 이후, 웨이보에는 가해교수가 여학생들을 상습적으로 성희롱했다는 증언이 잇따랐습니다. 뤄첸첸 씨는 #我也是(나도 그래) 등의 해시태그를 달아 미투 운동에 동참해달라고 호소했습니다.
열흘쯤 뒤 추가 폭로가 나왔습니다. 베이징의 한 여대생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누리꾼이 중국의 유명 토론사이트에 과거 베이징 대외경제무역대학의 한 교수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고 밝힌 것입니다. 이 누리꾼은 뤄첸첸씨의 고백을 보고 용기를 내 미투 운동에 동참했다고 말했습니다.
● 신고했더니 "목걸이 받고 끝내라"
중국의 미투 운동은 그러나 더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미국 CNN 방송은 지난 24일 '중국은 미투 운동을 쟁취하기 위해 투쟁한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중국 내 미투 운동의 현실을 고발했습니다. CNN은 미투 운동이 확산하기 어려운 중국 내부 상황과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침묵을 깨기 위해 노력하는 활동가들의 목소리를 전했습니다.
기사에는 한 중국인 여성 피해자의 사례가 등장합니다. 42살의 중국인 의사 장치마오 씨는 5년 전 성폭행을 당할 뻔했습니다. 장 씨는 온라인 채팅을 통해 알게 된 남성과 만남을 가졌는데, 첫 데이트에서 남성은 장 씨에게 성폭행을 시도했습니다. 이튿날 장 씨는 피해 신고를 위해 경찰서를 찾아갔지만, 경찰은 그녀에게 종이 한 장을 쥐여주고는 연락할 테니 집으로 그냥 돌아가라고 말했습니다.
일주일이 지났지만 경찰로부터 아무런 연락을 받지 못한 장씨는 다시 경찰서를 찾아갔습니다. 경찰은 그제서야 가해 남성을 불러 조사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조사를 마친 경찰이 장 씨에게 이해할 수 없는 제안을 했습니다. "목걸이 같은 것을 하나 사달라고 하고 이 사건을 종결하는 게 어때요?" 장 씨가 거부하자 경찰은 다시 남성과 이야기를 나눈 뒤, 돌아와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어진 말은 장씨에게 더 큰 상처를 줬습니다. "남자가 흔쾌히 당신과 결혼하겠다고 하네요."
● "70%가 성희롱 경험"…기소율은 0.003%
지난해 중국의 한 온라인 설문조사에서 중국 대학생과 졸업생 중 성희롱을 경험했다는 여성은 70%에 달했습니다. 400여 명의 여성 언론인을 대상으로 한 또 다른 조사에서는 84%가 직장 내에서 성희롱을 경험했다고 응답했습니다. 가해자들의 성희롱 방식은 직접적이고 구체적이었습니다. 이메일이나 휴대전화 메시지를 통해 음란한 사진·동영상을 전송하거나, 전화를 걸어 수시로 성적 농담을 했습니다.
CNN은 장씨의 사례를 통해 왜 중국의 성폭력 피해 여성들이 침묵할 수밖에 없는지, 중국 사회가 왜 이 문제에 무관심한지 이해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중국 검찰청 통계에 따르면,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중국에서 인신매매와 성매매, 성폭력 등을 포함해 여성 인권 침해 혐의로 기소된 사람은 4만 3천 명에 불과합니다. 중국 전체 인구가 14억 명이니 비율로 따지면 고작 0.003%입니다. 신고가 적다 보니 기소율도 낮고, 처벌받는 사람도 드뭅니다.
오히려 여성 인권을 위했다는 이유로 처벌받기도 합니다. 2015년 여성 운동을 펼치던 활동가 5명이 구속되는 일이 있었습니다. 대중교통에서 발생하는 성추행을 조심하라는 전단을 돌린 게 이유였습니다. 여성들을 지원해온 법률지원센터가 영업 정지를 당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
전문보기
출처: SBS 뉴스

(사진=CNN)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미투가 인터넷상에서 금지어로 지정되자, 중국 누리꾼들은 미투 대신 이 '쌀토끼' 해시태그를 달아 조심스럽게 미투 운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 새해 첫날 시작된 미투
중국 미투 운동의 시작은 새해 첫날 중국 SNS인 웨이보에 올라온 한 여성의 폭로였습니다. 현재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일하고 있는 뤄첸첸이라는 이름의 중국인 여성은 12년 전 베이징 베이항대학에서 박사과정을 공부할 당시 지도교수로부터 성폭행을 당할 뻔했다고 폭로했습니다. 그녀의 용기 있는 고백 이후, 웨이보에는 가해교수가 여학생들을 상습적으로 성희롱했다는 증언이 잇따랐습니다. 뤄첸첸 씨는 #我也是(나도 그래) 등의 해시태그를 달아 미투 운동에 동참해달라고 호소했습니다.
열흘쯤 뒤 추가 폭로가 나왔습니다. 베이징의 한 여대생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누리꾼이 중국의 유명 토론사이트에 과거 베이징 대외경제무역대학의 한 교수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고 밝힌 것입니다. 이 누리꾼은 뤄첸첸씨의 고백을 보고 용기를 내 미투 운동에 동참했다고 말했습니다.
● 신고했더니 "목걸이 받고 끝내라"
중국의 미투 운동은 그러나 더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미국 CNN 방송은 지난 24일 '중국은 미투 운동을 쟁취하기 위해 투쟁한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중국 내 미투 운동의 현실을 고발했습니다. CNN은 미투 운동이 확산하기 어려운 중국 내부 상황과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침묵을 깨기 위해 노력하는 활동가들의 목소리를 전했습니다.
기사에는 한 중국인 여성 피해자의 사례가 등장합니다. 42살의 중국인 의사 장치마오 씨는 5년 전 성폭행을 당할 뻔했습니다. 장 씨는 온라인 채팅을 통해 알게 된 남성과 만남을 가졌는데, 첫 데이트에서 남성은 장 씨에게 성폭행을 시도했습니다. 이튿날 장 씨는 피해 신고를 위해 경찰서를 찾아갔지만, 경찰은 그녀에게 종이 한 장을 쥐여주고는 연락할 테니 집으로 그냥 돌아가라고 말했습니다.
일주일이 지났지만 경찰로부터 아무런 연락을 받지 못한 장씨는 다시 경찰서를 찾아갔습니다. 경찰은 그제서야 가해 남성을 불러 조사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조사를 마친 경찰이 장 씨에게 이해할 수 없는 제안을 했습니다. "목걸이 같은 것을 하나 사달라고 하고 이 사건을 종결하는 게 어때요?" 장 씨가 거부하자 경찰은 다시 남성과 이야기를 나눈 뒤, 돌아와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어진 말은 장씨에게 더 큰 상처를 줬습니다. "남자가 흔쾌히 당신과 결혼하겠다고 하네요."
● "70%가 성희롱 경험"…기소율은 0.003%
지난해 중국의 한 온라인 설문조사에서 중국 대학생과 졸업생 중 성희롱을 경험했다는 여성은 70%에 달했습니다. 400여 명의 여성 언론인을 대상으로 한 또 다른 조사에서는 84%가 직장 내에서 성희롱을 경험했다고 응답했습니다. 가해자들의 성희롱 방식은 직접적이고 구체적이었습니다. 이메일이나 휴대전화 메시지를 통해 음란한 사진·동영상을 전송하거나, 전화를 걸어 수시로 성적 농담을 했습니다.
CNN은 장씨의 사례를 통해 왜 중국의 성폭력 피해 여성들이 침묵할 수밖에 없는지, 중국 사회가 왜 이 문제에 무관심한지 이해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중국 검찰청 통계에 따르면,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중국에서 인신매매와 성매매, 성폭력 등을 포함해 여성 인권 침해 혐의로 기소된 사람은 4만 3천 명에 불과합니다. 중국 전체 인구가 14억 명이니 비율로 따지면 고작 0.003%입니다. 신고가 적다 보니 기소율도 낮고, 처벌받는 사람도 드뭅니다.
오히려 여성 인권을 위했다는 이유로 처벌받기도 합니다. 2015년 여성 운동을 펼치던 활동가 5명이 구속되는 일이 있었습니다. 대중교통에서 발생하는 성추행을 조심하라는 전단을 돌린 게 이유였습니다. 여성들을 지원해온 법률지원센터가 영업 정지를 당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
전문보기
출처: SBS 뉴스